지난해 10월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남해군 미조항을 제치고 해양수산부가 지정하는 '다기능종합개발어항'으로 최종 선정된 거제시 일운면 지세포항에서 해양측량 등 사업계획 수립을 위한 세부작업들이 시작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개발구상에 따르면 물류유통시설로 수산물 유통 및 판매시설 생산지원 복지후생 기타 서비스시설 등이 있고, 숙박시설로는 관광·가족·한국·전통·해상관광호텔과 콘도미니엄 여관 등이 검토되고 있고 상업시설로는 음식점 토산물판매장 농수산물직판장 약국 레스토랑 쇼핑센터 등이 계획되고 있다. 이외에도 운동위락시설로는 인공수영장 수변공원 낚시공원 체험어장 클럽하우스 등이 있으며 휴양문화시설로는 야외공연장 전시관 수족관 체험학습어장 컨벤션센터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공편익시설로는 쿠르즈터미널 자전거도로 관광안내센터 산책로 및 조각공원 분수대 등이 있으며 어업지원시설로는 어업인복지회관 선용품판매장 위판장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특히 소동리 지역을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는 마리나 바다전망대 숙박시설 및 공연장(유스호스텔 및 콘도)과 공령 및 지세포방면의 수산물유통판매센터는 별도 사업계획으로 시작된 조선테마공원(어촌민속전시관, 조선사박물관)과 어울려 다가능어항의 핵심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제시는 현재 어업가구 및 어민수가 4,070호에 11,804명이며 어항은 107개소가 있고 어촌계 65개소 어선세력은 3,580척에 누계 9,008톤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업의 전진기지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71년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어 2005년 기본시설 완공 예정인 지세포항은 현재 항내 수심 2∼20m 항내수면적 2,730,000평방미터이고 인구수 1,714세대 4,847명으로 약 500억원의 국비 예산이 투입될 예정인 이번 사업을 통해 어업위주의 어업생산항에서 어업과 관광을 겸비한 다기능어항으로 지세포항을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현재의 사업구상들에 포함된 지구단위계획이나 단위시설들은 단순히 타당성검토 측면에서 논의된 것이고 이후 현지상황에 대한 조사와 보다 세밀한 타당성검토를 거쳐 구체적인 사업방침들을 결정하게 될 것이고 민자유치사업을 포함 선별된 시설의 입지시기도 단계별로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개개의 시설들을 따지기보다는 항만을 둘러싸고 있는 지세포 소동 옥림 등의 배후지와의 관계, 나아가 거제시 관광개발종합계획과의 조화 등을 고려한 밑그림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지세포항은 거제시의 현재 중심관광축으로 기능하고 있는 남서해안의 와현-구조라-학동-해금강-다대 및 여차·홍포·명사·저구로 이어지는 키(Key)형 해양관광벨트의 초입에 해당하는 지역적 특수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그동안 지세포항은 관광보다는 어항기능이 중심이 되었기 때문에 인근 와현이나 구조라에 비해 관광계획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으며, 여객과 유람선 이용자의 운송기능을 장승포에 전적으로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지세포항 개발 성공을 위한 첫 번째 시작은 다기능어항의 관점에서 와현과 구조라 장승포지역과의 이러한 기존의 역할분담을 상호보완 및 발전적인 방향으로 어떻게 조정하고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다기능어항의 개발은 기능이 쇠퇴한 항구의 재개발에서 통용되는 매립을 통해 해안에 대규모 업무시설이나 위락단지를 대체조성하는 방법과는 달리 여전히 항구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기능어항으로 지정된 후 일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부터 벌써 대규모 임야의 절개와 항내 매립에 대한 이야기가 주민들의 입을 빌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매립과 직립안벽에 의한 인공해안으로 대체된 장승포·옥포·능포항과 고현만의 경우를 보더라도 항내의 대규모 매립과 인공호안의 대체는 선박의 안전한 정박을 위한 항내 정온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파도의 내습에 따른 완충능력을 급격하게 저하시켜 해일과 같은 재해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매립논의는 경계해야할 것이다.

셋째,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산이 많은 거제에서 완만하고 넓은 배후지를 가진 지세포항 일대는 주거지역을 비롯한 대규모 개발에 따른 수용능력이 크다는 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도심의 중심축이 장승포에서 옥포를 거쳐 신현읍 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반대방향에 있던 이 지역은 개발열풍에서 소외되어 왔지만 상대적으로 지가 상승폭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리한 입장이며, 매립보다는 육상배후지역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존 항내 450m 부방파제 및 외곽의 동·서 방파제들을 적극 계획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연안을 연결하는 보행자전용 잔교 또는 차량접근로를 설치하고 방파제에 안전과 필요한 기능을 추가한다면 낚시공원 전망대 산책로 쿠르즈 및 유람선 접안부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 방파제의 활용은 인공해안의 소요를 최대한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와 재해로부터의 해안지역 보호 및 자연해안으로부터의 경관확보 측면에서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넷째, 다기능어항의 목적성에 충실한 계획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기능어항은 기본적인 입지여건이 관광레저 기능측면에서 볼 때 상대적으로 인근 지역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백화점식 나열 또는 평범한 사업계획으로는 투자자확보도 어려울뿐더러 자칫 투자대비 효과측면에서 경제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할 수 도 있다는 현실적 여건을 염두에 두어야하며, 어업과 관광을 겸비한 다기능어항의 개발이란 본래의 취지에 부합되는 특화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 유명 관광지를 베끼거나 흉내낼 것이 아니라 어항 최대 강점인 항의 기능을 강조하고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독자적인 색깔갖추기는 물론 확실한 사업의 성공을 위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육로와 해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머무르게 할 수 있도록 사업규모가 큰 활동형레저 중심의 시설배치보다는 유인효과가 확실한 국내 및 일본·중국을 대상으로한 쿠르즈항로의 개설, 유람선의 취항, 공공전시관람시설의 도입과 숙박 및 편의·휴식시설 위주의 보강, 항을 배경으로한 주야간 해양경관계획 수립 및 다양한 이벤트 발굴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익성이 강조되는 민자유치사업과는 달리 어항개발에서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은 항의 주인인 218척의 어선 및 196가구 726명의 수산업종사자와 항을 둘러싸고 살아가고 있는 지역주민이며, 새로 조성되는 생활 및 편의시설들을 직접 이용하게 될 시민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요란한 대단위 수익사업의 계획은 어항이라는 입지한계로 인해 사업성패도 불분명할뿐더러 사업의 주인이 되어야할 이들을 소외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단위사업이 아니라면 행정기관의 임무는 항과 해안의 정비 및 기반조성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규모수족관이나 컨벤션센터 마리나 및 클럽하우스와 같은 대형 민자유치사업은 안전적인 기반조성 및 확보 이후의 단계에서 검토되어야할 사안으로 지금 시점에서는 실행이 아닌 이들 잠재시설군을 위한 포괄적 유보지를 배분하는 것으로 대비한다면 대과가 없을 것이다.

이수호 대표 / 이수호해양개발연구소 http://oceanlove.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