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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차은혜]신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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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5  10: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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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이 준 선물
                                                                                                                                     차 은 혜

   
 
나는 하루 중 아침을 제일 좋아한다. 수면을 박차고 붉게 떠오르는 태양의 찬란한 빛을 보는 것도 좋고. 간밤에 숲 속에서 잠을 자고 먼동과 함께 기상을 알리는 새들의 합창소리도 좋다. 밤새 내린 이슬을 뒤집어 쓴 풀들이 내 드러난 피부에 와 닿는 느낌도 좋고, 작은 생물들이 내 발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치는 소리도 살아 있어서 참 좋다.

뜰에 내려서면 가슴으로 모두를 끌어안고픈 생각이 든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아름다운 정경들. 울 뒤로 둘러쳐져 있는 산. 그 산이 내 등을 포옹하는 자세로 서 있고. 손을 내밀면 닿을 것 같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 더욱 좋다. 시퍼런 바다에 마음 다칠까 곧게 줄지어 있는 소나무들. 그 사이로 들락거리는 배. 어느 화가의 화폭에서나 만날 것 같은 이 광경들을 나는 매일 바라보는 복을 누리며 산다.

이렇듯 아침은 아침대로 내 주저앉은 영혼을 일으켜 세워 주니 좋다. 이 모든 것은 신이 내게 준 선물이다. 세상이 환히 열리고, 그 속에서 숨 쉬는 모든 것들.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어쩌면 저리도 다 다른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그 다양함 속에서도 제 무리들과 함께 하는 모습이 보기에 아름답다. 더러는 맘 상하지 않을 만큼 제 뜻을 펴서 조절해 가는 자연의 화합된 모습이 나를 크게 가르친다.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잔디가 흙을 가슴으로 감싸 안고, 빈 땅을 보여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도 아름답고. 남의 허물을 제 몸으로 덮어줄 수 있는 자애가 있어 나는 잔디에게 자주 눈 맞춤을 보낸다.

본래 잔디는 생명력이 강하다. 흙 위에다 올려놓고 꾹꾹 밟아만 주어도 그 은혜를 잊지 않는다. 목이 꺾기고 몸이 망가져도 며칠만 지나면 아무렇지 않게 부스스 몸을 털고 일어선다. 추운 겨울에도 씩씩하게 잘 참아낸다. 난 그들의 꺾이지 않는 기질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본다. 어디에 내다 놓아도 살아남는 생명력. 치이고 밟혀도 보란 듯이 고개를 치켜세우는 그 꼿꼿함. 심약함은 찾아볼 수 없다.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 잔디는 그런 성격을 나에게 배우라 한다.

정원엔 잔디와 함께 이사 온 나무들도 많다. 오래 전부터 맘에 두고 있던 살구, 앵두, 매실, 배, 대추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성토(盛土)하여 돌멩이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땅 속에도 겉에도 어디를 막론하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흙마저도 단단하여 지심을 신뢰할 수 없는데도 나무들은 신기하게 뿌리를 내려서 나를 즐겁게 해 준다. 오다가다 쳐다본 사람들이 ‘저기서 무슨 생명이 붙어 살겠노?’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나무들은 늘 푸른 이파리를 내밀며 나를 오라 손짓한다. 시간이 지나며 의구심을 일축이나 하려는 듯 자라서 꽃이 피고, 보란 듯이 열매를 보여 준다.

또 채마밭은 어떤가. 척박하여 아무런 생명도 싹을 틔우지 못할 것 같은데, 벌써 이파리가 손바닥만 하다. 왕성한 활동력이다. 여기까지 오도록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며 공 드린 탓도 있지만, 제 스스로 보살핌에 대한 은혜를 잊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음이다. 인간 사회에 는 얼마나 배신이 팽배해 있는가. 그러나 채소들은 그러는 법이 없다.

이렇듯 창가에 앉으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하는 생명들을 바라보는 재미 또한 크다. 나태하기 이를 데 없는 나의 영혼을 두드려 깨워 일으켜 세워 주니 역시 좋다. 이 모든 것들이 신이 내게 준 선물이다.

시끌벅적거리던 낮을 접고 휴식으로 이어지는 밤. 틀어 앉지도 모로 앉지도 않은 내 집. 넓은 거실에 앉으면 세상 어느 하나 부러울 것이 없다. 작은 포구의 닥지닥지 붙어 앉은 집들은 이마를 비비며 담소하고, 서로의 사랑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겹다. 그들의 영혼이나 되듯 쏟아져 나오는 저녁 불빛들은 거실에 앉아 있는 나를 불러내간다. 그들의 유혹에 눈을 주면, 바삐 살아가는 이웃이 빛을 발하며 질주해 간다. 내 어찌 이곳에 자리를 틀고 앉게 되었을까. 모두들 땅을 어찌 구하게 되었는가 물으면 난 주저 없이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 말한다. 내 능력으로는 도저히 구할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안빈낙도의 삶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오늘도 나는 신이 준 선물을 앞에 놓고, 감사의 기도를 전한다. 그가 나를 잊지 않고 챙겨주셨으니, 나도 최선을 하는 삶을 꾸려 그에게 보여줘야 한다.

 ▓ 약력 ▓
*수필가,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수필과 비평 문학상 수상
*한국문입협회 회원
*수필집 《견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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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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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자(숲속의정거장) 2015-09-23 14:59:02

    내면의 울림을 아름답고 세련되게 표현 해 주는 필력을
    빨리 터득하고 배워야 할 것 같은데...
    좋은글 감사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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