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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문화칼럼] 내가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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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23  14: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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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갤러리 등에서 작품감상을 할 때, 작가의 표현력, 독창성, 자기 세계, 조형성 등을 유심히 보지만 시대정신을 찾으려 한다. 냉소적 사실주의자(Cynical Realist)라는 중국 현대미술의 문제적 작가 웨민쥔(岳敏君)의 그림을 보면 추억의 영화 ‘25시’의 명품배우 안소니 퀸의 엔딩 장면 ‘헛웃음’이 오버랩 된다.

“25시는 인류의 모든 구원이 끝나버린 시간이라는 뜻이야. 설사 메시아가 다시 강림한다고 해도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는 시간인 거지. 최후의 시간도 아닌, 최후에서 이미 한 시간이 더 지난 시간이지. 서구 사회가 처한 지금 이 순간이 바로 25시야.”

소설 '25시(The 25th Hour)' 본문 내용이 암시하듯 파시스트에 저항했던 시인이자 소설가인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한 ‘25시’. 약소국의 평범한 농부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냉혹한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 인권을 처절하게 유린당하는데, 주인공 사내의 처연한 웃음은 불멸의 명화 마지막 명장면이었다.

   
중국 현대미술가 웨민쥔(Yue Minjun/1962~ . Chinese artist. 岳敏君)의 작품
“내 작품 속 인물은 모두 바보 같다. 그들은 웃고 있지만, 그 웃음 속에는 강요된 듯한 부자유스러움과 어색함이 숨어 있다. 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무 생각도 없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표현한다. 이들은 곧 내 초상이자 친구의 모습이며, 나아가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영혼이 없는 웃음 같은 웨민쥔의 대소(大笑) 이미지는 그의 작품에서 일종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작품 속 인물은 과장된 몸짓과 입 모양으로 끊임없는 ‘웃음 시리즈’를 통해 문화혁명 시기에 겪었던 고통과 개혁, 개방에 대한 희열을 담으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혼란, 공허, 슬픔, 분노, 공포와 긴장감도 표현했다.

중국 현대사에서 ‘피의 일요일’이라 불리는 천안문 사태를 그린 웨민쥔의 작품 '처형'은 2007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590만 달러(70억 원)에 팔리면서 중국 신미술 생존화가 중 최고가로 낙찰되기도 하였다. 또한 국제 미술시장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추세인지라, 동시대 미술에서 웨민준과 함께 ‘사대천왕’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블루칩 작가인 장샤오강, 왕광이, 팡리쥔 화가들에 의해 옥션 최고가 신기록은 경신되고 있다.

   
Yue Minjun/The Execution 처형, 1995, Oil on canvas. 150 x 300cm. (Sotheby's London,2007)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한국의 불평등·불공정·불안정의 3불 현상 시대상황과 부조리한 현실인식에서 예술가와 지성인의 역할은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서울, 부산 등 아트페어 전시장을 관람하면 아름다운 꽃과 풍경 그림들이 넘치고, 미술품 경매시장에선 국적 불명의 그들만의 리그인 ‘단색화(Dansaekwha)’ 열풍이 드세다.

배반하는 현실을 비웃고, 폭력적인 현실에 눈감은 비굴한 자아를 표현한 역설적인 '웃음 시리즈'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화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건강하고 치열하게 시대정신을 담은 진정한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의 길을 걷는 아티스트라는 생각을 한다.

정치의 계절, 선거구호는 ‘국민행복시대’를 부르짖었으나 소통과 공유가 사라진 불통과 탐욕의 리더십들이 판을 치는 우리나라. 단군이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고 최고의 번영은 구가한다는데도 ‘불편한 공동체’ 코리아! 허명이 될 당대의 베스트셀러 작가, 블루칩 화가가 아니라 아픈 시대와 진실의 순간을 증언하려는 자신의 미학과 철학으로 무장한 작가는 몇 명일까? 그들이 서술하는 대한민국! 지금 이 순간은 도대체 몇 시일까?

김형석/독립큐레이터. 컬처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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