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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실(57)씨, 매년 독거노인 등 마을 어른 초청해 식사대접 숨은 선행 알려져
지극 정성에 감동, 섹스폰 동호회 소속 친구들도 연주로 효도기부
노모 계신 마을청년들, 매월 돌아가며 어른 모신지 어느 듯 10년 세월흘러...
"어르신들이 흥겨워하고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 기분이 흐뭇해 집니다"
효도를 하려해도 이미 부모가 없어 슬프다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마을이 대한민국 거제에 있다. 사회는 물론 나라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어 보이는 곳은 바로 거제시 아주 2통이다.
이 곳은 노부모를 둔 젊은 청년들이 행정이나 기업으로부터 단 한푼의 후원을 받지 않고 스스로 모든 행동의 가장 근본(효도)이 된다는 백행지본(百行之本)을 실천하고 있다.
노인정에서도 서로 편이 갈려 상대를 헐뜯고, 심지어 독약사건과 다툼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병원에 후송되는 사건 까지 벌어지는 요즘시대라 이 곳은 좋은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노부모가 있는 자녀들의 효심이 워낙 깊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온 마을 어른들을 수시로 초청해 맛있는 음식도 대접하고 말동무가 돼 위로해 주니 서로를 존중하지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마을에서는 어버이날이 끼어있는 5월에도 어김없이 어른들을 초청해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즐거운 한 때를 보낼 수 있는 귀중하고도 보람된 시간을 가졌다.
12일 점심 때를 이용해 마을 노인들을 식당으로 초청, 섹소폰 연주와 함께 정성스럽게 마련한 음식을 제공한 주인공은 허기실(57.前(전)아주동 자연보호협의회 회장)씨다.
허 씨는 이 마을 최고령자인 윤남연(94) 여사의 2남 3녀 중 차남으로 자신도 넉넉지 않은 산림이지만 그동안 소리소문 없이 매년 이같은 자리를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는 허 씨의 이같은 아름다운 선행은 이미 마을 어른들 사이에서는 알려져 있었지만 정작 거제사회에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주 2통장 이무국(65)씨는 "허 씨야 말로 온 마을 어른들이 칭송하는 요즘 보기드문 효자"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명장기업이라는 곳에서도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이 노력하는 효자기업이 되고싶어 한다"고 자랑했다.
허 씨는 이번에 마련한 자리에 대해 묻자 "5월 어버이날을 맞아 외롭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을 포함한 마을 어른들과, 이 마을 최고령자로 몸이 편찮해 현재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자신의 노모를 위해 마련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인지 초촐한 자리는 깊은 정성에다 지극한 효심 까지 보태져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아름답고도 행복한 최고의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날 낮 12시부터 아주동 아늑한 어느 식당안에서는 아름다운 섹소폰 소리와 함께 어른신들이 좋아하는 '흙에 살리라', '목포의 눈물' 등 흘러간 옛 노래가 구수하게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연주 중간에는 사회를 맡았던 셀마 섹소폰 동호회 배상덕(57.장승포농협 국산지점장) 감사가 즉석에서 섹스폰 연주에 맞춰 가요를 불러 흥을 돋구기도 했다.
섹소폰 연주에 참석한 3명은 옥포의 '셀마 섹소폰 동호회(악단장. 김영서)' 소속 회원들이다. 이번 자리를 마련한 허 씨 친구들이 재능기부를 한 것으로 밝혀져 감동을 더했다.
30여평 가량 돼 보이는 식당안에는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30여 명이 섹소폰 연주에 신이난 듯 박수를 치며 연신 즐거워 하고 있었다.
70~90세 까지 돼 보이는 세월에 그을린 검붉은 노인들의 얼굴에는 마치 아이와 같은 웃음을 띤채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바로 앞에 놓인 탁자위에는 맥주와 소주, 음료수가 올려져 있었고 가스렌인지 위에서는 마을 어른들이 가장 먹고 싶어 했다던 소고기전골이 보글보글 소리내며 끓고 있었다.
길가던 시민들 조차 섹소폰 소리와 흘러간 옛노래에 취해 진원지를 찾아 흔치 않아 보이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창문을 통해 가만히 훔쳐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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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기실씨 |
이 광경을 지켜본 시민 이 모(58. 고현동)씨는 "연로한 부모님이 계시지만 이렇게 정성을 다해 모셔보지 못한 것 같아 반성되고 부럽다"며 "형제들과 의논해 오늘 목격한 아주 2통의 선행사례를 꼭 답습하고 싶다"고 말했다.
섹소폰 동호회 이호철 총무는 "큰 부자도 아닌 친구가 지극한 효심이 담긴 좋은 일을 하는데 너무나 감동 받아 참여하게 됐다"며 "아무나 할수 없는 일을 해오고 있는 친구를 위해 도와줄게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 섹스폰연주 기부라도 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마을 어른들을 초청한 허기실씨는 "노부모님을 둔 아들들이 스스로 논의해 한명씩 매월 돌아가면 책임지고 이같은 행사를 해오고 있다"며 "마을 청년들과 함께 이같은 일을 추진해 온지 벌써 10년 이나 됐지만 아직도 부족한게 많다"고 겸손해 했다.
이날 허 씨 외에도 연초면 송정에 살고있는 친누나가 백설기 시루떡 까지 만들어 와 식사 후 돌아가는 어른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까마귀가 제 어미가 늙으면 어릴적에 어미가 자기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었듯이, 거꾸로 먹이를 물어다가 먹여살려 은혜에 보답한다는 '반포보은(反哺報恩)' 이란 말이 있지만 지금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끝없는 하늘 같이 부모의 은혜가 끝이 없다지만,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천륜을 저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2통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들의 끝없는 선행은 큰 화두를 던져 준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들 스스로가 행동에 옮기고 있는 어른들에 대한 지극한 효심은 섹소폰 선율보다 더 아름다운 한편의 드라마로 온 세상을 밝혀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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