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후한서에 나오는 말로 뇌물(賂物)을 주고받은 부정행위는 이를 행하는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으므로 가장 먼저 부끄러워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양진(楊震)의 사지(四知)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말은 국가의 녹을 먹는 공직자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라고 생각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문듯 떠오르는 비교되는 나라가 있다.

총칼을 앞세워 선량한 나라의 백성들을 무참하게 짓밟았던 제국주의 일본이다.

우리민족의 수난사 가운데 가장 가슴아픈 일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태도에서 이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씻을 수 없는 죄와 잘못에 대해 뚜렷한 사과는 커녕 마치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이 되레 큰 소리치고 있다.

이는 도덕적 책임은 뒤로한 채 경제대국이란 위상만을 내세워 세계무대를 휘젓고 다니는 모습에서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알수 있게 한다. 이같은 그들의 행동에서 혹자는 몰락하는 그들의 군국주의를 보는 것만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뇌물과는 거리가 먼 얘기지만 일본인들이 저질렀던 약소국에 대한 침략행위와 실험인간으로 통하는 마루타, 군위안부 얘기에서 반성 없는 그들을 향해 던지고 싶은 한마디 일 것이다.

일본제국주의는 2차대전 당시 조선여인을 비롯해 필리핀, 태국, 중국 등 총칼로 굴복시킨 범아시아지역 국가 여성들을 종군 위안부로 무차별하게 끌고갔다. 이 가운데는 조선인이 가장 많았으며 그들은 이 여인들을 ‘정신대( 挺身隊)라 불렀다.

당시 일본군은 만주 침략 후 군대내에 위안소를 설치했는데 조선인을 징발한 것은 1938년부터라고 한다. 초기에는 여공모집 등을 내세운 교묘한 방법을 동원, 전형적인 인신매매수법으로 끌고 갔으며 1941년 부터는 총독부가 나서 면장의 책임아래 강제 징발했다.

이렇게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소녀는 약 20만명으로 평균 연령은 16세 정도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가운데 광복 이후 고국으로 돌아온 숫자는 2만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존해 있는 위안부 할머니는 40명이다.

일본군들은 이들 위안부 할머니들을 전쟁터로 끌로 다니며 마치 짐승과도 같이 성노예화 한 씻지못 할 큰 범죄를 저질렀다. 일본의 패전으로 광복을 맞아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고향으로 돌아온 위안부 할머니들도 있었지만 정작 도움을 줘야 할 가족들과 이웃들은 그들을 멸시했다.

어디서 어떻게 됐는지 생사 자체도 모르는 안타까운 죽음도 수두룩 하지만 이들에게 닥쳐온 고통은 차마 살아있는 것이 더 괴롭고 고통 스러웠다.

평생을 눈물로 한 (限)을 삼아 살아온 할머니들은 이제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같은 예를 보더라도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일본정부가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합당한 배상도 뒤따라야 한다.

일본 정부는 그들이 저지런 만행을 누구보다 더 잘알고 있다. 그들의 선조들이 저지런 만행일 지라도 선량한 인류에게 끼친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이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경제강국이란 명성을 활용해 세계인의 눈을 속이고 억지로 가짜 홍보를 해 대고 있는 작태를 부끄럽지 않게 해 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위안부 할머니와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진심어린 반성 조차 하지 않고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한(限)과 슬픔을 안은채 외롭게 살고 있는 몇 안되는 할머니들이 눈을 감기전에 가해자인 일본정부로부터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같은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대표 송도자)과 일본군 위안부 진주 기림상 건립추진위(대표 서도성) 등이 전국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고귀한 운동을 벌이고 있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통영거제시민모임은 오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과 '경상남도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 옆 '정의비' 앞에서 뜻깊은 기념행사를 가진다고 한다. 이들은 일본정부의 진정한 사죄와 정의로운 문제 해결 및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간의 위안부 합의 무효를 외치게 된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안기고도 일본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죄는 고사하고 이상한 형태로 오히려 괴롭혀 왔다.

지난해 12월 28일 있었던 한.일 정부간의 합의가 잘못됐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이 알고 잇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끝까지 자신들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시인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측정된 것인지 모를 10억엔의 지원금 얘기를 꺼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사회단체가 원하는 것은 일본의 공식사죄와 그에 따른 법적 배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금 운운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해선 안된다. 그들이 왜 위안부의 가해자라고 뜻뜻하게 말하지 못하는지 유치원생만 돼도 알고 남음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본을 침략해 그 많은 꽃다운 소녀들을 위안부로 끌고 왔다면 지금 그들은 어떤 행동을 하고 있을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그 해답은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이같은 일본의 교묘한 태도에 대리인 역할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정부의 범죄행위를 은폐시켜 주는 듯한 행동은 그들에게 또다시 군비를 축척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 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들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왜 원자폭탄이 떨어졌는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오는 14일은 지난 2012년 대만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고 김학순 할머니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했던 '1991년 8월 14일'을 기리기 위해 기림일로 선포한 날이다.

이날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위안부의 얼굴과 신원이 공개적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지는 날이었으며, 일본군의 만행을 온 천하에 처음으로 알리는 가슴아픈 날로 기록됐다.

일본은 왜 대한민국 시민모임과 학생 및 시민들이 모여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추모제를 올리고 평화의 띠를 잡고 애절하게 아리랑을 부르는지 그 깊은 뜻을 잘 헤아려 주길 바란다.

일본이 승승장구 하다 미국으로부터 큰 타격을 받아 한 때 애꾸눈이 됐다가 경제대국을 이뤄 용이 됐지만 아직은 독안룡(獨眼龍)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한것 같다.

비록 애꾸눈이 됐더라도 덕이 높은 민족이 돼야 할 것인데 그들의 군국주의적 본성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