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경기가 끝나자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참가한 손흥민 선수는 운동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16강 탈락에 이어 다시 한번 눈물을 삼킨 것이다.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팀은 온두라스의 침대축구를 패인의 요인으로 지목하면 안된다.

6대 16이란 슛팅수 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두라스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도 패하고 만 책임이 바로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축구전문가들은 온두라스가 우리보다 전력이 조금 약하다는 평가와 함께 사령탑인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이 기습에 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은 사실이 있었다. 아울러 선제골을 넣지 못한 상태에서 상대팀이 먼저 골을 터뜨릴 경우 분명히 침대축구를 구사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역습 한방에 골을 내줘 결국 패하고 만 것이다.

전체 슈팅수에서도 6대 16으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다. 이날 와일드 카드로 출전해 온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스트라이크 손흥민은 결정적인 슛팅 3개를 아깝게 놓쳤으며, 결정적인 패스 실패로 역전골을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경기는 졌지만 우리 대표팀은 너무 잘 싸웠다. 실력은 분명히 우위에 있었지만 게임에서는 졌기에 이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와같이 올림픽 축구 8강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침대축구를 원망하고 비난하기 이전에 우리대표팀이 골 결정력을 키우고, 이같은 일을 당하지 않도록 실력을 연마해야 한다.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다면 그들은 절대로 그라운드를 침대삼아 드러 눕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온두라스는 18일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6대 0으로 졌다. 4강전이 열린 이날에는 온두라스 선수들이 침대축구를 구사하지 않았다. 선제골을 빼앗긴 상태라 골을 만회하기 위해 죽도록 뛰어다녔다.

이같은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침대축구의 책임은 분명 우리팀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축구 관련 기구나 기관에서 문제많은 침대축구에 대한 대책을 반드시 세워야 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오로지 실력을 키워 골을 많이 넣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은 온두라스 대표팀을 향해 브라질 관중들이 야유를 퍼부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중동지역 국가들의 전유물인줄로만 알았던 전형적인 '침대축구'를 구사한 온두라스가 승리했지만 관중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우리는 온두라스의 역습 한방에 무너졌다. 2회 연속 올림픽 4강 진출의 꿈이 산산조각나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땅을 쳤다.

선제골을 터트린 후 온두라스는 사소한 충돌에도 그라운드를 침대삼아 나뒹굴었다. 이른바 '침대축구'로 일관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주심이 경고를 주기도 했지만 아랑곳 하지않고 침대축구는 계속됐다.

'할리우드 액션'과 과격한 '백태클'은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칠수 있고, 선수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심판의 엄중한 감시대상이 되고있다.

그러나 침대축구는 예외다. 이기고 있는 팀이 일부러 시간을 지연시킬 경우 가끔씩 옐로카드를 꺼내 경고를 주거나, 거짓으로 쓰러져 있는 선수를 운동장 바깥으로 옮기는 조치가 취해지는 것이 전부다.

이러다보니 중동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은 강팀을 만나 먼저 선제골을 넣을 경우 어김없이 침대축구를 구사한다. 침대축구는 선수를 정리하는 시간만도 1회에 2~3분은 금방 지나간다.

5명의 선수가 침대축구를 구사한다고 가정하면 10분~15분은 눈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는 것이다. 이런상황이 계속된다면 관전하는 관람객이나 TV시청자들은 답답하기 그지없고, 축구게임 자체에 흥미를 잃게된다.

침대축구는 페널티킥을 유도하는 '할리우드 액션' 보다도 더 비신사적이며 나쁜 행위로 간주해야 한다. 침대축구를 이기기 위한 전술의 일부라고 말한다면 이는 스포츠맨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리우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대한민국은 상대적 약체 온두라스의 침대축구에 무너졌다. 온두라스 축구팀은 올림픽에 참가해 경기를 펼치면서 숭고한 올림픽 정신을 내팽겨 친 채 오로지 승리에만 눈이멀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이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비신사적인 침대축구를 구사한 온두라스 축구팀을 향해 진정한 8강 진출팀이라고 자랑스럽게 말 할 사람은 자국민을 제외하면 없을 것이다.

이제 축구와 관련 규정도 많이 바뀌어져야 한다. 할리우드 액션과 과격한 백태클 이상으로 벌칙을 줘야 한다. 심판이 침대축구가 확실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페널티킥과 같은 엄중한 벌칙을 부여하거나 퇴장 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런 방법이 너무 과하다면 침대에 누워있었던 시간 만큼이라도 정확하게 산정해 추가시간을 더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스포츠맨십에 크게 어긋나고 관람객들을 실망시키는 침대축구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축구는 침대축구로 날을 샐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축구에 대한 관심은 멀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덩달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구는 월드컵과 전 세계인들의 축제인 올림픽에서도 축구는 관심밖으로 밀려 날 것이다.

우리는 선제골을 넣은 온두라스 엘리스 선수의 침대축구가 올림픽 정신을 위배한 채 오로지 승리에만 급급한 비신사적 행동이라며 비난만 하기 이전에 우리 선수들이 좀 더 뛰어난 경기운영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에서 비록 4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우승후보 멕시코를 물리치고 세계최강 독일과 3대 3으로 비기는 등 선전한 우리 선수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손흥민 선수를 군 문제와 결부시켜 비난하거나 신태용 감독의 전술을 4강 진출 좌절과 결부시켜서는 안된다. 온두라스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침대삼아 드러 누웠지만, 그들은 죽을 각오로 대한민국을 대표해 싸우다 힘이 다해 그라운드에 쓰러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