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기에 이번 추석 명절이 갖는 의미도 그 어느 때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조선경기 침체로 사상 유례없는 어려움을 겪고있는 거제는 올 내내 한숨소리로 가득찼다. 여기에다 견딜수 없을 만큼 뜨거웠던 찜솥 폭염은 육지는 물론 바다 까지 괴롭히며 양식중인 물고기 수 백만 마리를 고수온으로 데워 폐사 시켰다.

이 무시무시한 폭염이 지난다 싶더니 이번에는 1군 법정 전염병인 콜레라가 세계의 청정지역으로 소문난 거제를 덮쳤다.

조선경기 침체에다, 폭염으로 온 산야와 바다에서 농.어민들의 한숨과 탄식이 생생히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폭염으로 인해 청정해역인 거제와 통영 등 남해안 양식장에서는 물고기와 멍게, 홍합 까지 떼죽음을 당해 복구 불능의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이와함께 조선소에 몸 담고 있는 직원들은 현장근로자나 관리직을 따질수 없이 모두의 마음이 무겁다. 임금이 깎이고 학자금 지원이 없어진 것은 고사하고 직장을 잃을까 걱정 돼 고향길을 향하는 마음이 너무나 무거워 보인다.

어민들과 지역 상공인들의 어려움이야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겠지만, 이번 추석 명절을 맞이해 가장 관심이 쏠리고 있는 분야는 단연 조선소 근무자들이라고 생각된다.

예전 같으면 명절 바로 전날의 경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향행 버스행렬만 쳐다보아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열심히 일한 대가로 두둑한 보너스와 선물을 안고 떠나는 조선소 직원들의 발걸음은 가벼워 보였고 가슴속에는 세계 최고 조선소에 다닌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을 실은 고향가는 버스는 거제 옥포에서 통영 용남면 까지 기차처럼 길게 늘어진 채 거북행진을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즐거웠다. 평소 같으면 20여 분 정도면 통과 할 거리지만 무려 한시간 정도가 걸렸었다. 이 정도 불편함은 오히려 명절임을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었다고 할까...?.

하지만 이번 추석 명절 부터는 이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다. 아예 고향으로 가는 길을 접은 근로자들도 더러 있다는 얘기가 들려올 정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월급이 깍이고 미래가 불안정 해도 그나마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리라도 지키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행이다. 아예 직장도 잃고 오갈데 없는 신세로 전락한 사람들 에게는 이번 추석이 기쁨 보다는 괴롭고 힘든 명절이 돼 버렸다. 부모, 형제, 친지를 만나는 자체가 괴로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조선소가 어렵다는데 어떻게 되느냐..." "구조조정이 심하다는데 자네는 괜찮은가..." 라는 등의 걱정어린 질문들이 오히려 당사자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할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다보니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이 그들에겐 오히려 한숨으로 변해 고향 찾아가기가 힘들진게 아닌지 걱정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 거제나 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반드시 우리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전의 그 화려했던 명성을 분명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버려서는 안된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거제가 처해있는 최악의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폭염이야 계절이 바뀌면 저절로 물러 가겠지만, 조선경기 회복과 맞물려 있는 지역경제 정상화는 세계경제의 흐름과 변화에 따른 조선경기 회복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노력만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조선소가 정성화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우리는 이제 시각을 달리해야 할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아야 한다.

범 정부가 나서 회사와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향후 조선산업을 살리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조선소는 경영진과 근로자들이 서로 합심해 마른수건을 짜내는 고통을 감내한다면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예전과 같은 조선호황을 누리지는 못하겠지만 어느정도 회복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는 저버리지 못 할 희망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거제의 앞날을 조선경기 회복에만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때 조선업이 발달했다가 무너진 스웨덴 말뫼시의 에코시티로 대 변신을 시도해 성공한 비결을 반드시 배울 필요성이 있다.

조선 경기 악화로 지금 거제와 유사한 상황에 놓였던 말뫼시의 코쿰스조선소는 한 지도자의 뛰어난 판단과 리드십으로 인해 대 변혁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현재 이곳에는 지난 80년대 조선소 문을 닫고 청정 친환경에너지와 바이오산업, 세계적인 제약사, 관련대학 등이 자리잡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 건물인 ‘터닝토로소'는 말뫼시의 랜드마크로 우뚝 서 있다.

"위기는 곧 기회" 라는 말 처럼 거제에 닥쳐온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조선소와 노조, 거제시, 시민과 사회단체, 지역상공인 들이 하나로 뭉쳐 머리를 맞댄다면 조선 정상화는 물론, 제 2의 말뫼시를 만들지 못하란 법도 없다.

우리 민족 최고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우리 거제시가 다시 웅비 할 수 있도록 한가위 보름달을 보며 빌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고향을 찾지 않으면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란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럴때일수록 의기소침해 있지말고 조상님의 산소를 찾아 정성껏 성묘하고, 추석날 저녁에 떠오를 보름달을 보면서 가족, 친지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것이 혼자서 신세 한탄하며 한숨 쉬는 것 보다 몇 백배 나을 것이다.

일년동안 열심히 땀 흘려 수확한 햇곡식으로 정성을 다해 차례상을 차리는 농부의 부자된 마음처럼 이번 추석에는 다시 일어서는 거제를 기원해 보자.

거제를 힘들게한 조선경기 악재에다 엎친데 덮친 폭염에 따른 고수온 피해와, 추석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발생한 콜레라를 지진속에 묻어 버리고 그래도 남아있는 악귀가 있다면 보름달에 빌어 물리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