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들, 올전세 보증금 수 천 만원 받지 못해 길거리 나 앉을 판
건물주 연락두절, 은행 경매 예고에 세입자들 "발동동"
관리비, 공과금 내지 않아 '청소 올 스톱' '단수'에 '엘리베이터' 운행 중지까지 ...
전세금 마련, 은행대출까지 낸 젊은 부부들 '눈 앞이 캄캄하다' 울며 하소연
거제에서 계약기간이 끝났음에도 수 천 만원의 원룸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100여 세대의 세입자들이 건물주를 상대로 집단고소장을 접수해 파문이 일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고소장 접수 세입자들만 107세대에 달하는데다가,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만도 무려 100억 원 대에 달 할 정도로 엄청나 조선경기 침체로 인한 거제지역에 또 다른 회오리가 몰아칠 기세다.

돌려받지 못한 전세금은 적게는 5,000여 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이 훌쩍 넘는 곳도 있었다.

여기에다 아직까지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은 세입자까지 합하면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더 늘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와 같이 특정인을 대상으로 대규모 고소장이 접수된 것은 전국에서도 극히 드문 사례로 자칫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와 어려운 거제경제를 더 파탄에 빠뜨리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거제경찰서에 따르면 옥포동 11개동, 능포동 1개동, 장평동 1개동 등 총13개동 세입자 107세대가 건물주 A씨와 B씨에게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A씨와 B씨는 부부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들은 "이미 계약기간이 끝나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가야 하는데 A씨와 B씨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상태다"고 주장했다.

고소인들 가운데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난 세대는 절반 가량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나머지는 곧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았지만 갖가지 문제가 발생 돼 있는데도 건물주가 연락이 되지 않아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더군다나 일부 원룸건물은 건물주가 준공 후 은행에서 돈을 대출하고, 이자를 내지 않아 곧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자칫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 받지못할 까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미 옥포동 해당 원룸 건물 주위에 가면 피해자들의 한숨 소리와 함께 '곡(哭)'소리가 들려 올 정도라는 소문이 파다 할 정도다.

고소인들은 " 전체 원룸동 중 일부는 이미 은행 대출금 이자가 연체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도 있다"고 전했다.

고소인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이 일반적인 원룸 보증금으로 볼 때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이유는 건물주가 대부분의 세입자들에게 '올전세'로 임대를 내줬기 때문이다.

고소인들은 "건물주가 준공 후 은행에서 대출을 하고 난 뒤 세입자에게 모두 올 전세로 방을 내주며 보증금을 갈취하고, 추후 은행대출금으로 인한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발뺌을 하려는 수작 같다"고 주장했다.

또 고소인들은 "처음 계약을 할 때 건물주가 우리집만 올 전세고 다른 곳은 모두 월세라고 하면서 올전세를 유도했다"며 "관련 부동산중개인도 다른 세대들의 전세계약 여부는 전혀 알려 주지 않고 안심하라며 계약을 부추겼다"고 했다.

이에 고소인들은 건물주에 대한 고소장에 이어 조만간 관련 부동산중개인들에 대해서도 계약 당시 중개인이 이러한 정보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고지를 하지 않은 '중개인 의무 불이행' 여부를 따져 책임 소재를 묻는 고소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고소인들은 "건물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봐도 은행 대출 근저당 내용만 나올 뿐 다른 세대들 역시 모두 올전세로 임대했는지 여부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며 "문제가 터진 이상 집주인과 부동산중개인이 짜고 속였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원룸 청소 업체도 돈을 받지 못해 현재 청소도 중단한 상태며, 어떤 건물은 엘리베이터 관리비 조차 내지 않아 운행 자체가 중지된 곳도 있다.

화가 난 고소인들은 "건물주가 건물 준공 후 방쪼개기와 다락방 불법 증축을 통해 세대수도 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건물 하자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거센 상태다.

세입자 ㄱ씨는 "집 천장에서 비가 오면 물이 새 나와 대야를 받쳐 놔야 할 지경으로 하자가 많은데도 건물주는 집수리는 커녕 연락 조차 되지않고 있다"며 "며칠 전에는 수도세도 내지 않아 단수 경고가 들어와 시청직원과 큰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 피해 세대들은 처음에는 이런 어려움들을 혼자만 겪고 있다가 여기 저기서 소문이 나고, SNS를 통해 나 말고도 같은 건물주에게 당한 피해자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 지난 11일 피해 원룸동 대표들이 처음으로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키로 했다.

피해자들은 서로가 가진 정보들을 공유하면서 대부분이 유사한 형태이며, 같은 처지라는 것을 알게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30~40대 젊은 사람들로 원룸 보증금이 전재산이나 다름 없는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계약기간이 끝나 건물주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구했다는 ㄴ씨는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면 '금방 조치해주겠다. '다른 방 빠져서 돈이 생기면 조치해 주겠다'는 식으로 시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연락조차 되지 않고 현재 시점인 7월 중순까지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ㄴ씨는 "전세금을 반환 받지 못한 세입자들이 수 차례 '내용증명'을 보냈고 A씨의 부모가 살고 있는 대구 본가에도 찾아가 봤지만 그 어디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ㄷ씨는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세입자들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사이 본인 소유의 재산을 처분해 추후 세입자들의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 시 환수 가능한 부분을 마저 사라지게 해 세입자들이 피와 땀으로 번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ㄹ씨는 "옥포동에 있는 우리 건물은 은행에서 이자가 연체돼 당장 다음주 중이라도 경매가 진행 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매가 진행 돼 전세금을 다 날리게 되면 당장 길바닥에 나 앉아야 할 처지"라고 울먹였다.

최근 조선경기 불황으로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맞고 거제지역의 현실을 감안할 때, 건물가 하락은 물론이고 새롭게 들어 올 사람도 없다. 경매가 진행되면 은행 근저당이 우선순위로 사실상 세입자들이 찾아 갈 수 있는 돈은 거의 없어 이들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이번 대규모 고소장 접수로 인해 거제경찰서도 비상이 걸렸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거제경찰서는 이번 대규모 고소 사건을 긴급 수사로 돌리고,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거제경찰서 최치훈 수사과장은 "현재 수 백 명의 고소인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경찰에서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세입자들은 14일 옥포지역구 시의원들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시의원들은 "세입자들을 위해 경찰서를 방문해 빠른 수사를 요구하고, 수도세 및 각종 민원사항과 관련해서는 시청과 협의해 대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시의원들은 세입자들이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법적대응을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거제타임즈는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건물주인 A씨와 B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하고, 문자까지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추후 연락이 닿으면 건물주의 입장을 게재키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