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조
김덕조

달라이 라마는 말했다.
"행복은 준비된 자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머물 줄 아는 자에게 온다."

그 말은 내게 오랜 울림으로 남았다. 행복이란 뭔가를 이루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보상이나 결과물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머무는 방식', '마주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

우리는 행복을 '추구' 하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다"고. 그러나 그 말의 이면엔 늘 조건이 붙는다.
"돈만 조금 더 있었으면."
"일이 조금 더 잘 풀리면."
"사람들이 나를 좀 더 알아봐준다면."

행복은 늘 어딘가 저 멀리 있고, 우리는 그것을 좇아 끊임없이 달린다. 그러다 지쳐버린다.

그제야 문득, 행복이 실은 내 옆에 있었다는 걸 깨닫곤 한다.

달라이 라마의 '가벼움'에서 배우다.
달라이 라마는 많은 것을 내려놓은 사람이다. 나라를 잃었고, 고향을 떠났고, 오랜 유배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웃는다. 늘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가벼운 농담을 잊지 않는다.

그의 가르침은 화려하지 않다. 소박하고, 부드럽고, 일상적이다. 아침 햇살을 느끼는 것,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 내 안의 분노를 흘려보내는 것…

이 작고 단순한 일들 속에서 그는 행복을 발견한다.

행복은 마음의 '체류지'
우리 삶이란 끊임없는 이동의 연속이다. 직장을 오가고, 관계를 옮기고, 욕망을 따라 위치를 바꾸는 삶 속에서 우리는 자주 묻는다.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내 마음은 지금 어디에 머물러 있는가?"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마음이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다면, 그곳이 곧 행복의 자리다."

그 가르침은 마치 바람처럼 무겁지 않고, 그러나 우리를 깊이 흔든다. 달라이 라마가 전하는 행복의 지혜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의 무게를 견뎌본 이가 건네는 가볍고 깊은 통찰이다.

그는 나라와 집, 삶의 터전을 잃고도 여전히 웃으며, 그 웃음은 억지로 짜낸 결과가 아니라 고통을 온전히 껴안은 이가 도달한 내적 자유의 표정이다.

행복이란 외부 조건의 충족이 아니라 내 마음이 지금 이 순간 머무는 방식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로 하여금 '더 나은 내일'을 좇아 뛰는 발걸음을 멈추고 지금 여기서 숨 쉬는 삶을 느끼게 한다.

마무리하며
행복은 때로 무엇을 더 가지느냐보다, 무엇을 덜 욕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받는 확신보다, 내가 오늘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달라이 라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가볍고 환한 웃음. 그 웃음 안엔 삶의 고통마저도 포용해낸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고요한 지혜가 있다.

오늘도 나는 그 가벼운 지혜를 따라 조금 더 천천히, 조금 더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 머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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