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는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연관되어 23만 명 중 17만 명이 조선산업과 관련되어 있다. 즉, 양대 조선소가 있는 거제는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6명이 조선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조선산업이 거제의 브랜드이자 생명이다.
지난 조선 경기가 불황일 때 지역경제는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거제 인구수는 줄어들고, 지역경제는 휘청거렸다. 조선산업과 연관된 선박 수주에서 거제가 실패하면, 지역사회에선 몸살감기로 몸져누울 정도로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국내외 조선산업 관련 수주전(受注戰)이 진행되면, 거제시장과 지역 국회의원, 여야 모두 하나 되어 응원하고 한 목소리를 낸다.
현재 조선산업 호황기에도 지역경제는 황폐하다. 이에 따라 조선산업 일변도의 산업 구조를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노동집약적 조선산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극단적인 사고방식도 보인다. 그러나 조선산업은 거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남과 부산까지 연관되어 있다.
거제는 대형 조선소와 관련 인력의 집결지이며, 경남 지역 다른 도시들의 기업들은 조선기자재 협력 체계를 구축해 전방위적인 연관성을 가진다. 부산은 항만·물류 허브로서, 조선 기자재 공급과 설계, 엔지니어링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한다.
경남 지역 제조업 총부가가치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21.1%로 매우 높다. 2021년에는 한국의 조선업 생산량의 46.3%가 경남에서 이루어졌다. 경남은 대형 조선소와 수많은 조선기자재 기업이 집적된 조선산업의 메카이며, 조선산업 경기가 경남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산에는 조선기자재 업체와 설계·엔지니어링 업체가 밀집해 있으며, 특히 국내 조선기자재 업체의 58.4%가 부산에 소재한다. 국내 조선 관련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의 52.9%도 부산에 집중되어 있다. 부산은 HJ중공업, 대선조선 등 중형 조선소와 조선 기자재 및 관련 서비스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경남 고성의 배관 단지와 물류단지, 김해의 조선 기자재 공장, 창녕의 발판 기자재 공장, 밀양의 WPG(Welded Plate Girder) 제작공장, 통영·고성·사천의 사외 협력사 블록공장, 김해 장유 곡 가공 공장, 함안 칠서 물류단지, 창원의 용접재료(Wire) 회사와 엔진공장 등이 있다.
부산 강서 화정공단에는 해양 프로젝트용 파이프를 제작해 납품하는 회사가 있으며, 사상공단에는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는 회사도 있다. 부산 북부에 위치한 기장군 정관산업단지에는 선박 자동화 및 화물제어 항해 시스템을 생산하는 공장도 있다.
조선산업의 영향은 거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남 동서남북 시군과 부산 서부·북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조선산업이 경남의 모든 지역과 부산 경제와 연관되어 있음에도, 거제를 제외한 경남·부산 지역의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영화 '명량'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바다를 버리는 것은 곧 조선을 버리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조선산업을 버리는 것은 곧 경남과 부산을 버리는 것이다.
경남과 부산이 원팀이 되기 위해서는, 거제 양대 조선소가 지속적인 상생 경영 실천과 동반성장을 통해 지역업체들과 함께해야 한다. 또한 지역업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조선 정책 지원과 활성화에 힘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조선산업으로 함께하는 거제, 그리고 경남과 부산은 지역주민과 지역 정치인 모두가 조선산업의 원팀이 되어야 한다.
끝으로 부산·경남 정치권은 친환경·스마트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미래 인력 양성, 중소 조선 선수금 지원(RG) 확대 등의 조선산업 지원과 법·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