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조
김덕조

1849년 12월 22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사형 선고를 받은 한 젊은 작가가 눈을 감고 마지막 5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총구 앞에 서서, 그는 그동안 미뤄두었던 모든 삶을 단숨에 떠올렸다.

그의 이름은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그날, 그는 죽지 않았다.

총성이 울리기 직전, 황제의 감형 명령이 도착했고, 그는 시베리아 유형(流刑)으로 대신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5분.
그 짧은 영원의 순간은 그의 이후의 삶을, 그의 문학 전체를 바꾸어 놓았다.

▪삶을 정말로 붙드는 순간은
그는 그 5분을 이렇게 회고했다.
"살 수만 있다면…내 모든 날은 다르게 살겠다. 지금 보이는 이 하늘이, 이렇게 맑았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까."

죽음을 앞둔 그 찰나, 도스토예프스키는 비로소 삶을 껴안았다.

하늘의 빛, 사람의 숨결, 작은 기척 하나하나가 모두 기적처럼 찬란하게 다가왔던 순간.

삶은 그제야 선명해졌다.

▪삶이 당연하지 않을 때
우리는 살아 있다. 우리는 종종 삶이 '지루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삶이 지루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을 너무 쉽게 여기기 때문이다.

도스토예프스키가 남긴 그 5분은 우리가 잊고 사는 질문을 되살린다.

지금 숨 쉬는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영영 사라진다면?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하루라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을 다시 살아 있는 현재로 불러오게 된다.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법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이후의 삶에서 단 한 순간도 '살아 있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고통도, 가난도, 유배도 그에겐 삶이 주는 증거였고, 그 증거 하나하나를 글로, 사유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바꾸어갔다.

그가 써낸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모두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철학적 기록이다.

살아남은 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끊임없이 묻는 기록이다.

▪마무리하며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게 5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미뤄두었던 전화 한 통을 걸고, 사랑한다는 말을 조금 더 자주 하고,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지 않을까.

그렇다면, 왜 지금 그걸 하지 못하는가?

삶은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진심으로 사는 자에게 주어진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마지막 5분이 내게 가르쳐준 단 하나의 진실은,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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