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근
김주근

열심히 노력하고도 허탈해지면? 살다 보면 모든 일이 내 마음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농부의 마음은 순수하다. 그저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고, 덜도 말고, 더도 말고, 자연이 주는 섭리대로 살면 행복이다. 적게 가지면 욕심낼 꼼수를 낼 줄 모른다. 많이 가지면 가족들에게 나누어 준다. 천사의 마음이다. 그러나 수확에 피해를 본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수확하기 전부터 그 공정을 생각해 보자. 경운기나 관리기로 땅을 일구고, 두둑을 치고, 며칠을 수고해야 한다. 비닐멀칭을 하고, 바람에 흩어지지 않도록 흙으로 고정시켜준다. 인력을 두세 사람 동원하여 씨를 파종하고, 여러 번 손길이 간다. 정성 담긴 사랑을 준다.

빨리 새싹이 나도록 물을 준다. 새싹이 돋아나면,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적당한 일조량과 비가 내려야 하고, 간간이 바람도 불어줘야 한다. 이 식물이 마늘이 성장하는 과정이다. 농사를 잘 짓든 못 짓든, 병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늘의 성장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필요 시 약을 처방하여 즉시 살포해야 한다.

어느 해, 마늘을 수확하여 논에서 건조시키기 위해 일열 종대로 놓아두었다. 간밤에 마늘을 절도당했다는 소문이 났다. 누군가 신한기업(주) 차로 보이는 1톤 트럭이 신촌 마을에서 신한기업(주) 쪽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경찰이 우리 차고지에 와서 1톤 트럭 적재함을 손전등으로 확인했다. 경찰차가 수시로 왔다. 당시 1톤 트럭은 4대였다.

회사 직원들은 영문을 모르고, 멍하니 경찰만 보고 있었다. 직원은 새벽 4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시동을 걸고 회사에서 신촌 마을로 내려가기도 하고, 동성그린 아파트 쪽으로 올라가는 코스다.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경찰이 출근 경로를 묻고 있다고 한다. 나는 차고지 건물에 살고 있었다.

옷을 입고 나가니까 경찰 두 명이 있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경찰이 말했다.

"회사 1톤 차가 신촌 마을에서 신한기업(주) 사무실 쪽으로 갔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차 색깔도 회사 차와 같다."

나는 영문을 몰라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경찰은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고, "1톤 차가 몇 대냐?"고 물었다. 나는 "회사 1톤 트럭이 4대"라고 했다. 경찰은 차고지 전체를 확인하고 갔다. 날이 밝아졌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신촌 논에서 마늘을 1톤 트럭에 싣고 갔다는 말이 있었다.

신촌 마을 농부는 며칠 밤을 마늘을 지키며, 손전등을 들고 보초를 서는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소동 속에서 마늘 재배를 목격하며 출퇴근했다. 그렇기 때문에 마늘에 욕심을 내는 직원은 아무도 없다. 소동 마을 도로 가장자리에 주민들이 마늘을 팔고 있기에, 필요한 만큼 구입하면 된다. 농사지은 마늘을 도둑질하는 것은 천벌을 받을 짓이다.

어느 못된 놈인지 모르지만, 판매하고 있는 마늘을 구입하면 되지, 인건비와 약값이 들어가고 수고한 보람도 없이 도적질하면 되나? 그것도 1톤 트럭을 몰고 다니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이다. 심보가 놀부 같아 남의 것을 탐하면 자신의 것도 잃게 된다.

세상의 이치가 심보가 나쁘면, 두 배로 피해를 보게 된다. 한 마을에 살면서 의심 없이 살아야 한다. 의심은 서로 인정하지 못하는 관계이고, 껄끄러운 대상이다.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 땅에 떨어진 비참한 인생이다.

백 번 잘하고 한 번 실수하면 낙인이 찍힌다. "할배 어진 것이 손자 거름"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인정받고 살아야 인간 대접을 받는다. 나를 비롯해 직원들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남의 것을 탐하는 직원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득을 쌓아갈 것이다.

지나친 오해는 오래도록 생각나게 한다. 신촌 마늘 농부들도 오해였다고 몇 년이 지나도록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경찰이 집중적으로 조사해도 증거가 없고, 직원들의 알리바이가 일치했다. 오해받을 만한 물증도 없었고, 1톤 트럭 적재함에서 마늘 부스러기도 나오지 않았다. 오해받을 짓도 하지 않았다.

최근 일이다. 지난 일요일 낮, 정년퇴직하신 '신채근 국장님'이 차고지에 왔다고 했다.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오면서 포도 한 상자를 식당에 두고 갔다고 했다. 그리고 저녁에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새벽에 식당 식탁에 포도 한 상자가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나는 "직원이 먹었겠지" 하고 넘어갔다.

다음 날, 아내와 함께 익은 고추를 세척하고 있는데, 아내가 말했다. "포도 상자가 냉장고 안에 있다." 직원들이 양심적이라는 증거다. 직원들도 내 것이 아니면 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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