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조
김덕조

삶은 언뜻 보면 '차이의 경주'처럼 보입니다.
누가 더 먼저 도착하는가,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가,
누가 더 많이 가지는가 —
모두가 묻습니다.
"이기는 삶은 무엇인가요?"
하지만 나는 점점 깨닫습니다.
인생은 누군가를 이기는 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되찾는 여정이라는 것을.

도연명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이렇게 읊습니다.
"돌아가리라, 들판에 밭 갈고 술 익혀 내 마음의 평안을 지키리라."

이 말은 결국 세상의 높고 낮음에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자기의 중심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장 자연스럽고도 지혜로운 길임을 말해줍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어떤 사람은 한평생을 뛰고, 어떤 사람은 한자리에 머무르며 살아갑니다.

어떤 이는 높이 솟고, 어떤 이는 뿌리처럼 낮게 깔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끝에 도달했을 때, 모든 것이 본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합니다.
"천지는 오래다. 오래 있을 수 있는 것은 자기를 위하지 않고 만물을 위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내가 내 삶을 쥐고 흔드는 것이 아니라 삶이 나를 지나가게 두는 법을 말합니다.

그토록 높이 쌓아 올린 탑도 세월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이고, 아무리 깊이 움켜쥔 재물도 마지막 순간엔 다 놓고 가야 하는 법이지요.

살면서 얻게 되는 것들은 사실 모두 ‘잠시 빌린 것’에 불과합니다.
지위도, 명예도, 돈도, 심지어 사랑마저도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잠시 나와 함께 머물다 가는 인연이지요.

그래서 인생은 본전입니다.
남는 것은 누구를 얼마나 이겼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떻게 있었느냐입니다.

서양 철학자 몽테뉴도 '수상록'에서 말합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우리의 사유이며, 가장 부끄러운 것은 비교의 흔적이다."

'본전'이라는 말에는 결코 체념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깊은 수용의 철학입니다.

높고 낮은 모든 순간을 끌어안으며 인생이라는 이 긴 파도의 흐름 안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연습인 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어디쯤에 있든 그건 영원의 기준으로 보면 다 본전입니다.
당신은 너무 앞서가지도, 너무 뒤처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당신의 길을 걷고 있을 뿐.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기를.
지금의 걸음을 의심하지 마시기를.

인생은 결국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
같은 본전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묻지 않으려 합니다.
"내가 남보다 얼마나 나아졌는가?"가 아니라,
"오늘 나는 얼마나 내 마음에 진실했는가?"를.

지금, 늦기 전에.
인생이라는 본전의 철학 앞에
고개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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