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거제도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바다 낚시터로 인기가 많다. 낚시어선을 타고 즐기는 선상낚시, 갯바위낚시, 방파제 및 선착장에서 즐기는 낚시 등 월간 낚시인만 따져도 수만 명에 달한다.
필자는 1990년대 후반 거제도 전역의 낚시터 쓰레기 현황조사를 실시한 경험이 있다. 당시 낚시점 설문조사도 병행해 납봉돌 사용량과 전체 낚시인 규모도 가늠해 보았다. 이후 2018년과 2019년에는 거제도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걸으며 수달 서식현황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낚시쓰레기 및 해양쓰레기 실태도 사진으로 남겼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거제도 낚시쓰레기 및 해양쓰레기 사진전을 몇 차례 개최하며 행정과 시민들에게 그 심각성을 전달하고자 했다.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낚시 인구는 해양레저 인구 증가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었다. 그만큼 낚시로 인한 경제적 시장도 크게 확장됐고, 동시에 낚시로 인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현실이다.
필자는 평소 거제도 곳곳을 다니며 방파제와 선착장 등 낚시터를 함께 둘러본다. 지난 추석연휴에는 장목면 궁농해양낚시공원의 낚시쓰레기 상태가 궁금해 일부러 방문했다.
주차장에는 차량이 가득했고, 해상의 낚시공원에도 많은 낚시인들이 보였다. 계단을 따라 낚시공원에 진입한 순간 탄식이 나왔다. 온갖 낚시쓰레기가 바다 위 해양낚시공원 데크에 한가득 방치돼 있었다.
입구와 낚시공원 곳곳에는 '쓰레기 되가져가기'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이 부착돼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쓰레기는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필자가 사진을 찍으며 탄식하는 사이에도 낚시를 끝내고 지나가던 일부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쓰레기를 그 자리에 툭 놓고 가는 상황이었다.
긴 추석연휴로 평소보다 방문객이 많았고, 그만큼 낚시터도 혼잡했으며 낚시쓰레기도 심각하게 많이 발생했다. 그렇게 쌓인 낚시쓰레기는 결국 바람이 불면 해상으로 날려 곧장 해양쓰레기로 변하는 '공급원'이 된다.
필자는 낚시쓰레기 및 해양쓰레기 문제와 관련해 거제시에 여러 차례 제안하고 기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의 제안에 대한 거제시 행정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변화도 더디다.
간담회나 토론회를 주기적으로 열고 다양한 의견을 듣는 한편, 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체계적으로 운영한다면 현장의 문제점은 대부분 해소될 것이라 본다. 그러나 이런 적극적인 행정은 타 지자체의 몫이고, 우리 거제시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는 필자가 수십 년간 거제시와 함께 현장을 경험하며 내린 판단이다.
국민 혈세로 조성해 개방한 궁농해양낚시공원은 이제 7~8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낚시터 운영과 관련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다. 별도의 예산으로 낚시공원을 조성했다면, 낚시인들이 쓰레기를 제대로 배출할 수 있도록 물양장 한쪽에 분리배출함을 비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버릴 공간은 전무하다.
이런 상황이니 일부 의식 없는 낚시인들은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고, 그 쓰레기가 바람에 날려 해양쓰레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또, 많은 낚시인이 찾는 곳에는 낚시터 관리 인력을 배치해 홍보·계몽 활동을 한다면 쓰레기 하나 없는 깨끗한 낚시터로 운영할 수 있다. 그렇게 관리가 잘 이루어진다면 거제시의 모든 낚시터는 ‘청정 거제’의 깨끗한 이미지를 강화하며 경쟁력 있는 관광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추석연휴 당시 낚시공원 현장에는 외국인 낚시인들도 더러 보였다. 우리 시민과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상황이 심각한데, 외국인들에게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현실이었다. 거제도 본섬은 물론 칠천도, 가조도, 산달도, 이수도, 지심도 등 대부분의 낚시터에는 낚시쓰레기가 당연하다는 듯 버려지고 방치돼 있다.
거제시의회는 지난해 3월 '거제시 낚시통제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재 지정된 구역은 소동 옥림 해상데크 구간 한 곳뿐이다. 낚시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현장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은 이제 한계점에 다다랐다.
거제시와 거제시의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의지만 있다면 낚시쓰레기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 의지가 부족했다. 섬인 거제도에서 낚시터와 낚시쓰레기 문제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부디 이제라도 적극적인 자세와 변화를 통해 개선되는 현장을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