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타임즈가 11월 3일 보도한 신금자 거제시의회 의장의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지 10일이 지났지만, 정당·시민단체·시의회 어디에서도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평소라면 즉각적인 기자회견과 책임 촉구가 이어졌을 사안이지만, 이번은 이례적일 만큼 조용하다.
특히 이번 사안은 의장이 본인 소유 토지가 포함된 용도지역 변경 안건을 본회의에서 직접 의결했다는 점에서 지방의회의 핵심 윤리 기준을 정면으로 건드린 사안이다.
그럼에도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조용한 것일까.
거제타임즈는 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양당 원내대표에게 직접 입장을 들었다.
국민의힘 김동수 원내대표 "내부 논의 없다… 먼저 움직이기 부담스럽다. 부적절하다고 본다"
13일 거제타임즈는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김동수 의원에게 직접 입장을 들었더.
김동수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현재까지 의원단 내부 논의는 따로 없다"며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추이를 더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의장 관련 사안인 만큼, 먼저 특정 조치를 취하는 데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면서도, "개인적으로도 이번 사안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내부적으로 공식 논의는 없지만,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보이듯 이번 사안 자체의 문제성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당 내부에서 의장 문제를 선제적으로 제기하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즉각적 대응보다는 관망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열 원내대표 "매우 부적절… 몰랐다고 면죄부 안 돼. 중대한 사안"
이태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들끼리 이미 의견을 나눈 바 있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몰랐다고 해서 면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신의 땅이 포함된 안건이라면 스스로 제척을 요구하는 것이 의정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다음 주 중 당시 자료 확인과 함게 공무원을 직접 불러 사실관계를 면밀히 검토하고,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열 의원은 이번 사안을 두고 더욱 강한 입장을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사안은 윤리특위를 열어 사과나 출석정지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사안이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며 사실조사 후 공식 대응(기자회견 포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 ‘이해충돌’이 문제인가… 법적 근거도 분명하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도덕성 논란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현행 법률과 지방의회 조례가 모두 ‘이해충돌 회피’ 원칙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원이 직무 과정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22년 시행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역시 지방의원에게 직무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상황을 피하도록 의무를 부여한다.
거제시의회 윤리강령 또한 "의원이 자신과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에 관여해서는 안 되며, 필요하면 스스로 제척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규정들이 실제 안건 심사 과정에서 어느 수준으로 적용되어 왔는지, 의원이 스스로 제척을 요청하는 절차가 관행적으로 운영되어 왔는지 등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즉, 법적·제도적 기준은 분명하지만 실제 집행 실태는 '불확실'한 상태다.
시민과 전문가 등 반응
거제 장평동 A씨는 "이 정도 사안이면 바로 다뤄야 하는 것 아닌가. 조용하니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고현동 자영업을 하는 B씨는 "다른 의원 문제에는 그렇게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왜 아무도 말이 없나?"며 "시민 입장에서는 정치권이 서로 감싸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지방자치 전문가인 C씨는 "의장이 자신의 토지 관련 안건에 관여했다면 지방의회 의사결정의 공정성 자체가 흔들리는 사안이다. 이런 사안이 조용히 넘어가면 윤리 기준은 사실상 무력화된다"고 경고했다.
법률 전문가 D 변호사 "지방자치법, 이해충돌방지법, 시의회 윤리조례 모두 이번 사안과 명확히 관련된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의회 차원의 절차 개시가 필요한 사안이다"고 조언했다.
이번 사안이 조용히 넘어갈 경우 남을 '위험한 세 가지 선례'
이번 사안이 아무런 조치 없이 지나갈 경우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이해관계가 얽힌 안건에 대해 스스로 회피해야 한다는 제도적 기준이 흔들릴 수 있다.
의장 스스로가 관여한 상황이 문제 삼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의원들이 동일한 상황에 놓여도 "이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관행이 남을 우려가 있다.
또한 정당 간 침묵이 하나의 '신호'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부담으로 어느 쪽도 선명한 입장을 내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이를 '상호 방어'로 받아들일 수 있고, 의회 내부의 견제 기능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사회 역시 의장 관련 사안은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다.
문제가 드러나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면 향후 공공사업이나 용도변경 등 중요한 사안에서도 "권한자가 연루된 문제는 조심하자"는 식의 자기검열이 생기고, 결국 감시와 비판이라는 시민사회의 본래 역할이 약해질 수 있다.
"부패의 도시 거제"… 남겨질 이미지의 파장
이번 사안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거제는 '권력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결정해도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는 도시'라는 이미지로 남을 위험이 있다.
이 이미지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지역 정치·행정에 대한 신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치명적 낙인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침묵은 거제가 향후 '부패의 도시'로 소비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정책 논의 등 지역 전체의 신뢰 기반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금자 의장 논란은 단순한 절차 파괴가 아니라 거제가 앞으로 어떤 정치·윤리 기준을 세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양당의 대응 방향과 향후 조치에 따라 거제 정치의 신뢰, 제도 운영의 기준, 나아가 지역의 이미지까지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