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가 추진해 온 고현동 복합커뮤니티센터(신청사) 건립사업이 매장유산 보존 문제로 제동이 걸리면서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다.
국가유산청 매장유산분과위원회가 거제시가 제출한 보존·정비안을 ‘부결’하면서, 시는 사업계획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사업은 2020년 생활SOC 복합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 33억 원을 포함한 총 176억 원 규모로 추진돼 왔다. 노후 청사를 철거하고 주민센터, 생활문화공간, 주차시설 등을 한 건물로 통합하는 것이 핵심 구상이었다.
현재 기준으로는 그동안의 설계변경과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규모가 커져 총사업비가 258억원으로 앞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면이 바뀐 것은 2024년 8월 실시된 시굴조사에서다. 해당 부지에서 조선시대 고현성 도로 유구와 성벽 기단, 이어진 정밀조사 과정에서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막사터 등까지 확인되면서, 사업지는 단순 개발지가 아니라 복합 역사 유적지로 드러났다.
시는 유적 일부 기록·정리를 전제로 신청사 건립을 병행하는 보존조치안을 마련해 국가유산청 매장유산분과위원회에 상정했지만, 올해 5월 심의에서 '부결' 결정을 통보받았다. 위원회는 유적의 역사적 가치와 범위를 고려할 때, 시가 제시한 현행 설계안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심의 결과에 따라 사업은 현재 전면 재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시는 유적을 보존하면서 최소한의 행정공간을 확보하는 방안, 사업 부지 일부만 활용하는 대안, 신청사 기능을 제3의 부지로 옮기는 방안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주민 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 중이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유적 보존을 전제로 설계를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생활SOC 복합화 공모로 확보한 국비가 포함된 사업인 만큼, 일정이 더 지연되면 국비 반납 문제까지 검토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고현동 주민들 사이에서는 장기 표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신청사와 주차장 확충을 기대했는데, 사업이 멈춘 사이 행정공백과 불편만 이어지고 있다"며 "유적 보존과 행정서비스 모두를 고려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는 국가유산청의 심의 결과를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한 뒤,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사업 추진 여부를 다시 결정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