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심의에서 '부결' 결정을 받은 고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국비 33억 원이 투입된 생활SOC 복합화 사업이었지만, 조선시대 고현성 성벽과 포로수용소 막사 유구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계획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거제시는 문화재 보존조치를 수용한 뒤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협의회를 구성했지만, 여전히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사업은 단순한 청사 신축이 아니었다. 도심 기능 회복과 주민 편의를 함께 담은 지역 재생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보존과 개발’이 충돌하면서, 도시는 지금 멈춰 있다.

행정은 절차적 검토와 협의에 집중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길어진 불편 속에서 답답함을 호소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역사와 삶이 한 부지 위에 공존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시간을 존중하는 설계다.

문화재 보존은 과거의 문제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보존을 이유로 도시의 시간을 멈춰 세울 수도 없고, 개발을 이유로 유적을 덮을 수도 없다.

거제의 행정은 그 균형을 찾아야 한다. 주민들은 수년째 임시청사로 나뉜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사업의 지연은 행정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시민과 소통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이제는 절차보다 공감과 설득의 행정이 필요하다. 유적과 시민이 함께 살아갈 방법, 그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고현동 복합커뮤니티센터는 단순히 ‘공사 중단’의 문제가 아니다. 거제가 어떤 도시로 남을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다.

역사를 지킨다는 것은 과거를 고정하는 일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시간을 쌓는 일이다.

보존은 기억을 세우는 일, 개발은 삶을 이어가는 일이다. 그 두 길이 교차하는 곳에 지금 거제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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